나옹화상 토굴가
푸른 나무 우거진 산, 깊은 계곡에 한 칸 정도의 토굴을 지어놓고
소나무 숲 사이로 앞을 열어 내다보고, 마침내 바위에서 노닐게 되니
버드나무 물이 올라 푸른 싹이 트는 춘삼월에
봄바람이 불어와 뜰 앞에 백여 종류의 꽃은 처처에 피었는데,
풍경도 즐겁고 물색(物色)이 더욱 아름답다.
그 가운데 무슨 일이 세상에 제일 고귀한고
한 조각도 없는 진실 된 묘한 향을, 아끼고 아끼는 체로 화로에 꽂아 두고
고요하고, 고요한 밝은 창가에 묵묵히 홀로 앉아
오랜 세월 기한 정 코, 일대사(一大事)를 궁구(窮究)하니
종전에 모르던 일, 이제야 알게 되었구나,
일단계의 외로운 마음은 만고에 밝았는데
출렁이는 파도, 번뇌의 업이 긴긴밤, 어둠에 길 찾지 못하고 다녔도다.
영축산, 영산회상(靈山會上), 처처(處處) 모든 부처님 다 모이셨는데,
소림사의 달마대사 가풍을 어찌 멀리서 찾을 소냐.
청산은 조용하고 푸른 물은 잔잔한데,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이 거문고로 자주 노래하니
이 어떠한 소식인가?
모든 이치를 평온하고 엄숙하게,
천개의 봉우리에, 만개의 골짜기에 푸른 소나무 잎은, 부처님 그릇 속에 담아두고,
백가지 구멍에 천개의 부스럼난 것 같은 누더기 분소의 를 두 어깨에 걸었으니
입고 먹는 것이 무심한데, 세상의 욕심이 있을 소냐.
욕정(欲情)이 담박(淡泊)하니 사상(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이 쓸데없고,
사상(四相)이 없는 곳에 법성산(法性山이 높고 높아,
한 물건도 없는 중에 법계일상(法界一相)이 나투었다.
밝고 밝은 보름달 아래, 원만한 깨달음의 산정(山頂)에 선뜻 올라
구멍 없는 피리로 비껴 불고, 줄 없는 비파를 소리 높이 타니
자성(自性) 없는 진실한 즐거움이 속에 갖췄더라.
돌 호랑이는 시를 읊지 못하는데, 소나무 바람은 화답을 할 제
애착 없는 준령(峻嶺)을 올라서서
불 국토(佛國土)마을 굽어보니 깨달은 나무에, 불법의 꽃은 밝게 만발 하였더라 .
“南無 靈山會上 佛菩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