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동산법사단 혜일 헐방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

wonho lim(혜일) 2021. 11. 9. 20:20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

(이런 까닭에 수행자가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는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에 나오는 칠언송구(七言頌句)로 된 한 게송입니다. 수행자가 본래자리(마음)로 돌아온다는 말에서 수행자는 이해가 되지만 환본제(還本際)란 말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이란 것입니다

 

화엄(華嚴)은 마음자리 하나에 펼쳐진 세계입니다. 마음을 펼치면 우주법계(宇宙法界)가 되고 거두면 하나입니다. 그러면 마음은 무엇일까 ?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개념지울 수 없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있는듯하지만 어느새 사라지고 사라지는듯하지만 만()가지 모습으로 나투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나타나는 마음 씀씀이 외 그 밖에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이 마음 밖에 다른 마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妄想)이고 마음으로 마음을 보려고 하는 것도 또한 쓸 때 없는 일입니다. 흔히들 밖에서 마음 찾지 말라고 하는데 마음은 안에도 없고 밖에도 없습니다. 찾는 마음이 마음입니다.

 

생겼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는 것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면서 법계(法界)의 인연을 꿰뚫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곧 중생(衆生)과 부처이자 연기(緣起)입니다. 마음을 헤아리는 순간 마음을 갖게 되니 그것이 곧 번뇌망상(煩惱妄想)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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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화엄경(華嚴經)에서의 수행자(修行者)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행자가 아니고 거의 깨달음에 와있는 수행자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마음, 곧 생각 생각에 개념으로 파악하는 모든 상()을 여의고, 마음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무염무상(無念無想)으로 무심(無心)일 때를 말합니다.

 

마음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모든 상()을 떠난 것, 곧 열반(涅槃)도 구하지 않고 생사(生死)도 싫어하지 않으면서, 한 생각 일어나는 그대로가 본디 번뇌(탐진치:貪嗔痴)를 떠나 있는, 부동(不動)의 마음자리임을 꿰뚫어볼 때 이미 제자리, 본자리에 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부질없이 부처를 구하고 열반을 이루려고 이곳저곳으로 찾아다니던 마음을 쉬는 순간이 본디 마음자리입니다. 본래 마음자리로 돌아온 것입니다. 바로 환본제(還本際)입니다.

 

이 마음자리는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고 늘 법계(法界)를 꿰뚫고 여여히 제 모습을 인연(因緣)따라 나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여기서 비록 본래(本來) 마음자리에 돌아온다고 했지만, 중생(衆生)의 본래 마음자리를 떠난 적도 없기 때문에 온다고 하는 상()이나 떠난다고 하는 생각이 있으면 안 됩니다.

 

여기서 환본제의 뜻과 같은 내용의 금강경<金剛經> 첫 번째 나오는 말씀, 법회인유뷴(法會因由分)을 생각해 봅니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습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거룩한 비구 천이백오십명과 함께 사위국기수급 고독원에 계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공양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고자 사위성에 들어가셨습니다. 성안에서 차례로 걸식 하신 후 본래의 계시던 처소로 돌아 오셔서 공양을 드신 뒤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으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습니다. (....入舍衛大城 乞食 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금강경>에서 말씀하시는 환지본처(還至本處 :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를 설명하려면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환지본처(還至本處)의 준말이 환본(還本)으로 즉, 환본제(還本際)와 같은 뜻의 맥락으로 보면 되는데, 이해가 된다면 많은 공부가 된 것으로 사료됩니다.

 

시고행자 환본제와는 파식망상필부득을 같이 이해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파식방상필부득(叵息妄想必不得 : 망상을 반드시 쉬지 않고서는 얻을 수가 없으니) 환본제(還本際)를 하기위해서는 글자그대로 반드시 망상(妄想)을 쉬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망상을 쉰다는 것은 망상을 없앴다는 말도 됩니다.

 

망상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허황된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굳게 믿는 것입니다.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을 말합니다.

 

중도가에서는 망상(妄想)을 없애려 하지 않고 진리(眞理)를 구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무념무심(無念無心)으로 깨달은이의 삶이라고말씀하시고 있습니다. 모든 대상을 망상으로 규정하여 망상이라는 상을 갖고, 끄달림의 대상을 갖게 되었기에 그것이 망상이 되고 상이 되고 모든 경계에 끄달림이 됩니다.

 

그래서 망상을 없애려는 것만이 아니라 진리를 구하려는 것조차 큰 망상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깨달은이 들은 진리를 구하려 하지 말고 빈 마음으로 쉬고 쉬라고 하십니다. <능엄경>에서도 헐즉보리(歇卽菩提 : 쉬면 곧 깨달음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