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ho lim(혜일) 2022. 8. 1. 10:22

相入相卽

연기법(緣起法)의 근본 원리는 하나하나의 이것과 저것은 그 자체로 존립(存立)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 스스로가 존재(存在)의 원인(原因)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것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이것과 저것이 관계 그물망 말고 다른 곳에 존립근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관계(關係)의 그물망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과 저것은 원인(原因)이면서 동시(同時)에 결과(結果)로서 서로를 존재하게 합니다.

 

곧 원인인 나 때문에 결과의 너 가 있게 되지만, 내가 원인인 까닭도 결과인 너 때문에 원인이 될 수 있고, 결과인 나는 원인인 너 때문에 존재하지만 결과인 나 때문에 너 가 원인이 됩니다.

 

원인과 결과도 그 체()로서 원인(原因)과 결과(結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結果)일 뿐입니다.

 

결과(結果)인 나를 존재(存在)하게 하는 원인(原因)으로서의 모든 것이 내 속에서 꽃피웠을 때만이 나의 존재가 가능하니, 나에게는 모든 존재들의 힘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모든 존재의 중심(中心)으로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합니다.

 

곧 결과인 내가 존재(存在)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원인(原因)으로 존재 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내가 원인(原因)으로 작용(作用)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결과(結果)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모든 것 가운데에 내갸 그들의 존립 근거로서 들어가는 것입니다.(相入)

 

낱낱의 나가 온 우주(宇宙)만큼이나 큰 생명(生命)이 장으로 살고 있고, 우주는 모든 생명의 수만큼 겹쳐진 생명의 우주입니다. 이를 화엄(華嚴)에서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상입(相入)과 상즉(相卽)은 모두가 연기법(緣起法)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연기법의 내용을 서로 다른 면에서 설명하고자 하였을 뿐으로 상입(相入)과 상즉(相卽)은 서로가 서로를 성립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나와 너가 서로서로 원인과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나가 원인이 되어서 너가 있게 되었을 때 너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나에 다른 결과이기 때문에 너 스스로는 공()입니다. 이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아가 존재의 장을 무한이 늘려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모든 존재는 존재하되 공()으로 존재(存在)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는 색() 그대로 공()이며 공() 그대로 색() 이라고 하였습니다.(색즉시공 공즉시색 :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것은 모든 존재는 상즉(相卽)으로 갔다는 것을 뜻합니다. 바로 모든 개체(個體)는 독립된 실체를 갖지 않고 공()인 연기법(緣起法)에서 자신을 나투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모든 만물(萬物)은 연기실상의 장에서 완전히 같은 생명을 이루는 전체(全體)이자 부분(部分)이고 부분이자 전체임을 자각하고(만물여아동체: 萬物與我同體) 수행이 깊어져서 분별(分別)된 자아의식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때 깨달음의 장인 비로자나불 세계가 우리 앞에 기대로 들어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