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인도의 남쪽 지방의 한 도시에 훌륭한 장자가 있었답니다. 그 장자는 장거리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는데, 주변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와 귀여운 두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인이 앓기 시작해서 급기야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장자가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새 신부를 맞아들일 것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장자는 계모가 들어와서 어린 아들들을 구박하고 박대할 것이 걱정되어서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시간 집을 비우고 무역에 나서야 하는 장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각할만한 일이었죠. 그래서 집에 있는 동안에는 자신이 어린 두 아들을 직접 돌보고, 무역을 나설 때에는 집안 하인들에게 부탁을 하고 나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 한번 무역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떤 지역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아름답고 현숙하게 생긴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모저모 살펴본 결과, '이렇게 착한 사람이라면 어린 두 아들을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겨 집으로 함께 돌아와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 후 한 동안 집에 있으면서 새 신부가 아들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니 친자식 이상으로 잘 해 주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다시 무역업에 나섰습니다.
장자가 집을 비운 사이 새 신부는 자신이 아기를 가진 것을 알고서 아이의 장래에 관해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전처의 자식들에게 자신이 낳은 아기가 훗날 구박받을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었습니다. 급기야는 전처의 아들을 없애버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아이들에게 바다 건너 경치좋은 무인도에 놀러가자고 하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새엄마와 놀러간다는 것에 그저 기뻐기만 하였습니다.
마침내 집안 식구들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새엄마는 배를 타고 섬에 건너가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처음 놀러온 섬에서 이리저리 뛰어나니며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새엄마가 몰래 배를 타고 떠나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실컷 놀다가 새엄마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보니 새엄마는 물론 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두 아이는 두려움과 굶주림 속에서 떨어야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는 동안 아버지나 새엄마가 올까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두 아이는 서서히 굶주림에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형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형마저 없어진 후 남은 동생은 더 큰 두려움에서 동생도 마침내 숨을 거두는 순간이 왔습니다.
숨을 거두면서 동생은 "아! 너무나 외롭고 두렵다. 이렇게 외롭고 두려운 속에 죽음을 맞이하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나와 같이 외롭고 두려움 속에 숨을 거두는 이들을 모두 구원하는 이가 되겠다. 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모든 이들을 고통 속에서 건져내도록 하겠다"라는 커다란 서원을 세웠습니다. 이 서원으로 인해 동생은 다시 태어나 몇 생을 거치는 동안 수행과 중생구제에 전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보살의 지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보살을 일러 '관세음보살'이라고 칭하게 되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그 서원의 공덕으로 죽은 이들을 서방의 극락세계로 인도하고 그들이 성불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서 아미타불 부처님 곁에 계시게 되었습니다.
관세음보살이 외롭게 죽어갔던 그 섬이 인도의남해에 있는 보타나카섬 또는 보타나카산이라고 불려졌기 때문에 지금도 관세음보살이 계신 곳을 보타나카산 줄여서 보타산 혹은 낙산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남해의 보타암, 동해의 낙산사 등이 모두 이렇게 해서 이름이 지어진 것입니다.
외롭고 두렵고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면서도 아버지나 새엄마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비심을 내고 서원을 세운 그 과보로 보살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주변에 노인이 계시면 그 분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어려움에 대해 용서하도록 이끌고, 자신과 갈등을 겪었던 사람들이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관계없이 모두 화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세에 대한 서원을 크게 세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이같이 이끌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많은 보살들이 나타나시게 하는 커다란 공덕을 쌓는 것이 되겠습니다.
법우님들께서는 부디 커다란 서원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큰 서원을 세울 때 바로 이제껏 지은 업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큰 서원이 보살도 만들고 부처도 만듭니다. 모두 큰 서원을 세워서 부처님 되소서._()_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 법륜스님 백일 법문을 듣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