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동산법사단 혜일 헐방

불락인과 불매인과(不落因果 不昧因果)

wonho lim(혜일) 2020. 7. 13. 14:50

백장 야호에 유명한 게송의 한 구절입니다.

백장선사가 법문을 마치자 한 노인이 나가지 않고 있어 당신은 누구요 라고 물으니 노인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과거 가섭불 시대에 이 백 장산에서 주지었는데 어느 날 한 수좌가 "크게 수행을 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는 질문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과보로 오백생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습니다.

 

화상께서는 부디 한 말씀으로 저를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니 백장선사가 노인에게 "그럼 그때 그 수좌처럼 다시 물으라 "라고 하였습니다. 이 노인이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하자 백장선사가  "인과에 어둡지 않느니라, " 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깨달은  노인이 저는 이제 여우의 몸을 벗게 되었습니다.  저의 껍데기는 뒷산에 있을 것이오니 스님들처럼 다비식을 해주십시오 라며 물러갔다고 합니다.

 

이 문답에서 '인과(因果)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불락 인과(不落因果)이고  인과에 어둡지 않다는 것은 불매 인과(不昧因果)입니다. 인과법은  몸의 행위에 대한 과보를 말하는 것이고, 어둡지 않다는 것은 무지몽매(無知蒙昧)에서 벗어나 밝은 지혜(般若智慧: 반야지혜)를 얻었다는 것, 죽 무념(無念)을 의미합니다.

인과에 어둡지 않으면 무념(無念)이 됩니다. 즉 시비가 사라지고 내가 바라는 대로만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망념(妄念)이 사라집니다. 그것이 곧 무념(無念)입니다.

 

이치를 알고 나니 일체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념은 ‘어떤 생각이 일어나도 일어났구나 보고 그것들을 조금도 간섭하지 않고 또 어떤 생각도 잡아서 옳으니 그르니 하지 않고 그냥 두어 그들의 인연 따라 사라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체가 인연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이 때때로 정말로 맘에 들지 않은 것들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하는 것도 생각이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다 법안에서 하고. 인연도 법의 작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이 올라온다 하여도 그 반대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듯이 사라지는 것도 우리가 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두면 됩니다. 그러면 마음은 어떤 생각이 올라와도 인연으로 온 것처럼 인연으로 사라질 줄 알게 되고, 그러면 그것을 건드리지 않게 되고, 그러면 어떤 생각에도 걸리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온갖 생각을 하지만 어떤 생각에도 걸리지 않아 마음이 공적(空寂)하여 여여(如如) 한 것입니다.

그처럼 세상의 일도 역시 법이 하므로 그냥 법에 맡겨 인연 따라 살면 몸은 비록 인과에 떨어지지만 마음은 인과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인과에 어둡지 않은 불매 인과(不昧因果)입니다.

 

무념(無念)은 무심(無心)이니 이런 자를 무심 도인이라 하고 황벽(黃檗) 스님은 전심 법요(傳心法要)에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무심 도인에게 공양함만 같지 못하다. 무슨 까닭인가? 무심 도인은 일체의 마음이 없는 까닭입니다.